육군 중위, 과로로 졸음운전 사고 냈어도…유공자

2015-02-23     이태형 기자

비상근무와 당직 등으로 피고가 누적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20대 장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춘천지법 행정부(강성수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숨진 박모(당시 27세) 중위의 유족이 춘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거부 처분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습니다.

경기도 연천군의 육군 모 부대 소속 작전상황장교였던 박 중위는 2012년 6월 11일 부대 내 비상상황 발생으로 닷새간 2교대 비상근무를 한 바 있습니다. 또 비상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박 중위는 같은 달 17일 당직근무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인 18일 오후 1시가 다 돼서 퇴근했습니다.

그러나 늦은 퇴근으로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인 박 중위는 저녁식사를 위해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부대 밖으로 나갔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졸음운전 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 숨졌습니다.

박 중위의 유족들은 '부대 내 비상근무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공무와 무관치 않은 일을 마치고 복귀 중 발생한 사고인 만큼 국가 유공자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보훈 당국은 "공무수행과 무관한 사적인 용무로 출타 후 복귀하다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발생한 사고로 본인의 과실이 크다"며 유족들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부대 내 비상근무에 이은 당직 근무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며 "비록 중앙선을 침범하긴 했으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졸음운전인 만큼 본인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재판부는 이어 "부대 내 식당을 이용할 수 없어 부대 밖으로 나간 점, 함께 저녁 식사한 전 근무지 동료를 소속 부대까지 데려다 준 것은 사적인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육군참모총장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박 중위를 순직 처리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고는 직무수행과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