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탄핵 불러온 20대 총선 공천개입 악몽 잊었나...‘측근 공천 지원’

출마선언 유영하·강용석, 대구 사저 구입비 25억원 대납...사천 넘어 매천 논란 우려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친박 정치’ 재개, ‘사저 정치’ 신조어까지 “야당은 후보 아닌 박 전 대통령 공격할 것”

2022-04-05     장덕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달성 사저 입주

[뉴스캔=장덕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불러 온 과거 ‘사적 공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대구 달성 사저 구입에 돈을 빌려준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 4일 경기 수원시 세류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강 변호사는 "사심 없는 경기도지사가 되겠다. 경기도가 대선 패배자의 불펜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기도민과 함께 거부하겠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강 변호사는 "지난 4년간 경기도의 미래 성장 동력은 사라졌고, 도민들이 갚을 빚만 남았다. 잘 나가던 경기도가 위기의 경기도로 전락했다"며 "이젠 경기도를 정상화할 시간이다. 지난 세월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이를 기회로 만들어 성공을 일궈 왔던 것처럼 강용석이 이뤄내겠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법률대리인 역할을 하던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1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유영하 변호사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가 출마 결심을 밝히자 “돈도 없으시지 않냐”며 자신이 기꺼이 후원회장이 되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철 지난 '친박 정치'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역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개인 사저에서 원격 정치, 대리 정치를 노린다는 '사저 정치' 논란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재개 가능성은 일찍부터 예상되어 왔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구 사저에 들어갈 때 "좋은 인재들이 고향 대구에서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께서 건강상 시민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다.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짧은 동영상을 통해서 인사드릴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이같은 예상에 힘을 보탰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유 변호사는 '친박 정치' '정치 재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변호사는 지난 3일 MBN 시사스페셜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지금 지방선거를 친박의 태동이나 결합으로는 안 보셨으면 한다”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친박은 없습니다’, 이건 제가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대통령께서 누차 제게 하셨던 말씀”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심' '친박' '사저 정치' '대리 정치' 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자신의 최측근인 유 변호사가 대구시장에 출마하고 이를 지원하는 후원회장까지 맡은 이상 6.1 지방선거 내내 언론과 민주당측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강용석 변호사의 경기도지사 출마는 '개인 박근혜'에서 '정치인 박근혜'로 논란이 확장될 가능성을 높였다.

강용석 변호사 경기도지사 출마 기자회견

강 변호사는 노골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자신의 출마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다.

강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퇴원해 대구 사저에 도착하시면서 대통령으로서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는 말을 했다"며 "박 대통령의 이루지 못한 꿈, 경기도에서 강용석이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집권시절 친박을 넘어 '진박(진짜 박근혜) 의원''로 꼽혔던 한 전 의원은 "인정에 약한 박 전 대통령이 이들의 출마 지원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공천은 사천(개인적인 공천)을 넘어 매천(돈받고 공천) 논란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유 변호사나 강 변호사가 모두 대구 달성군 사저 구입 비용 25억원 가량을 대납했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도 "일정 부분 가로세로연구소(강용석·김세의 대표)가 도움을 준 게 맞다. 그 돈은 차용한 것으로, 차차 갚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강 변호사 등의 돈으로 사저를 구입한 것은 나중에 갚더라도 성급한 결정이고 실수"라며 "지금 당장은 동정 여론이 있어 잠잠하지만 선거가 본격화되면 야당은 후보가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을 공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일부는 지난 번 (박 전 대통령이) 냈던 편지책 저작료가 있다. 그걸 받아서 정산할 계획"이라며 "박지만 EG 회장 등 가족들이 갚아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이 결국 탄핵까지 불러온 '20대 총선 공천파동'의 교훈을 잊어버린 것 같다"며 "당시 김무성 대표의 '옥새 투쟁'(선관위 공천 신청 직전 대표직인 들고 부산으로 갔다는 사건)의 진실은 박 전 대통령의 친박 공천 압력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무난히 이길 수 있었던 20대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에 패해 여소야대를 만들었고 이후 2016년 12월 9일 오후 3시, 234표로 탄핵안이 가결됐다"며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을 공천하고 이를 지원에 나선다면 이번 선거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